운용규모 세계 3위 국민연금, 수익률은 10등…日, 호주에 밀려

입력 2023-01-30 14:54  

이 기사는 01월 30일 14: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전세계 42개 연기금 중 10위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 규모가 약 1000조원에 육박해 세계 3위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규모에 못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별 칸막이를 허물고 유연한 자산 배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미국 연기금·국부펀드 분석기관인 글로벌SWF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익률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7.1%로 나타났다. 글로벌 42개 연기금 중 10위다. 주식 비중이 높은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15.9%), 네덜란드 공적연금(ABP·-16.6%), 노르웨이투자관리청(NBIM·-18.2%)보다는 선방했지만, 플러스 수익률을 올린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PP·1.2%)이나 일본공적연금(GPIF·-3.8%), 호주 국부펀드(Future Fund·-5.1%),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6.8%)보다는 수익률이 낮았다. 국내 연기금과 비교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11월 말 수익률은 ?4.93%로 공무원연금(-3.40%)이나 사학연금(-4.66%)보다 손실 폭이 컸다.

최근 5년 이상 수익률을 보면 국민연금의 순위는 하위권으로 밀려난다. 글로벌SWF가 집계한 국민연금의 2016~2021년 연평균 수익률은 6.0%로 글로벌 연기금·국부펀드 30곳의 평균 수익률(8.01%)을 2.01%포인트(p) 밑돌았다. 순위는 30곳 중 26등이다. 코로나19 이후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두 자릿수 안팎의 성과를 냈지만, 글로벌 기관과 비교하면 높지 않았다.

세계 연기금 중 3위에 달할 정도로 운용 규모가 큰데도 불구하고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동, 캐나다, 싱가포르 연기금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빅딜’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SWF가 조사한 2018~2022년 연기금별 투자 집행 리그테이블을 보면 국민연금은 최근 5년간 2020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 10위권 안에 진입하지 못했다. 부동의 1위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이나 중동계 국부펀드, 캐나다 연기금이 글로벌 자본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연금이 투자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로는 경직된 자산 배분 체계가 꼽힌다. 국민연금은 5년 단위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포트폴리오를 짠다. 자산군별로 목표 비중을 부여하고 이를 맞추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주식이나 채권을 주로 투자하는 연기금의 전통적인 모델이다. 이와 달리 CPPIB, OTPP 등 해외 연기금들은 속속 부서 간 칸막이를 낮춰 자산별로 각각 위험 값을 설정하는 TPM(total portfolio management)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주식, 채권, 대체투자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투자 환경에서 통합적인 자산을 관리해나가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군 유형에 얽매이지 않고 투자 기회가 있으면 빠르게 자금을 투입해 성과를 내는 유연한 자산 배분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 고갈 예상 시점이 빨라지고 있는 만큼 기금운용의 전문성 제고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지난 27일 기금의 고갈 예상 시점을 2057년에서 2055년으로 2년 앞당겨졌다고 발표했다. 현 제도가 유지되면 국민연금은 2040년 1755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적자로 전환해 2055년 완전히 소진될 전망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지난해 주식과 채권이 빠지면서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이 크게 올라왔는데, 현재 자산 배분 방식대로면 그동안 늘리려 했던 대체투자를 팔아야 할 지경”이라며 “투자 자산의 변화 속도가 빨라 국민연금이 자산 배분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더욱 수익을 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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